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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여기보다 어딘가에(2002~)

[독일] 드레스덴 브륄 테라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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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짜 여행의 시작은 드레스덴이었다. 

첫 여행, 신나치에 관한 얘기를 잔뜩 읽고 도착했던 곳. 
동독쪽 도시였고,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았으며,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지킨 곳이라
더 칙칙했다. 

그 와중에 길을 걷다 할렘가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온몸에 문신을 하고 바지에 체인을 감고
가죽 잠바를 입은 아저씨가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첫 여행지에서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싶어 덜덜 떨리면서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럴할 때
아저씨가 독일말로 중얼중얼하면서 잡아 끌더니 나를 전차에 태우고 전차 아저씨에게 또
뭐라뭐라 하는 거였다. 

거의 멍한 상태로 전차에 실려 가다가 아저씨가 내리라고 해서 내려보니
드레스덴 중앙 광장 같은 곳. 거기서 걸어서 공식 유스까지 갈 수 있었다. 

여행지란 무섭고 여행자는 조심 또 조심해도 모자르며 늘 조바심내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곳에서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떨어야만 할까? 조심해야만 할까? 
내 눈 앞에 펼쳐진 것도 사람도 제대로 못 보면서. 

그 날 나는 과장 보태서 원효 대사가 해골 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느꼈다는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