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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여기보다 어딘가에(2002~)

[도쿄] 하루키 따라 맛여행 : 상실의 시대의 그 곳- new DUG

옛날 그 자리는 아니라고 한다.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 바로 뒷 골목(한 블럭)에 위치해 있긴 하다. 







독일어 수업이 끝나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신주쿠 거리로 나가, 기노쿠니야 서점 뒤쪽 지하에 있는'DUG'에 들어가 보드카 토닉을 두 잔씩 마셨다.

"이따금 난 여기에 와. 낮에 술을 마셔도 전혀 꺼림칙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이렇게 대낮부터 술을 마신다구?"

"이따금-" 하고 잠시 말을 끊고, 그녀는 글라스에 남은 얼음 조각들이 달그락거리도록 흔들었다.


"가끔 삶이 고달파지면 여기 와서 보드카 토닉을 마시곤 해."

"삶이 고달파?"


"때로는"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

 


보드카 토닉을 다섯 잔씩 마시고 나서야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그녀가 술에 취해 계단을 한 단 헛디딘 탓에, 우리는 하마터면 아래로 굴러 떨어질 뻔했다. 까페 밖으로 나가자, 하늘을 엷게 뒤덮고 있던 구름이 걷히고, 거리에는 해질녘의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상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