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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2011 세부 여행..이라기보다는 보홀 여행

[보홀] Tubigon-Cebu Pier3 가는 Seajet 타기

표 사는 데서 간발의 차로 8시 30분 발 스타크래프트를 타지 못했다. 그래서 타게 된 것은 9시 30분 출발하는 씨젯. 이것 역시 스타크래프트처럼 한 시간만에 세부에 가는 것. 
가격은 투어리스트 220, 비즈니스 클래스(읭) 280페소. 표 살 때 주소랑 이름이랑 적어야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리는 터미널이 쪄죽을 듯 덥다. 세부 피어의 깔끔한 터미널과 사뭇 다른 모습인데 어두컴컴하고 찌는듯이 덥고 선풍기는 없고..이미 배도 놓쳤겠다 사진 찍을 의욕도 없어 찍지 않았다. 실의에 빠져 있는 가운데 옆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던 밴드(라기엔 두 명이었나 세 명이었나)의 노래가 지금도 생각난다. 그들 앞에 놓인 박스에 돈을 놓고 오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린다. 

돌아오는 날, 짜증은 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해야할 일에 대한 걱정과 놓친 배때문에 꼬인 스케줄에 대한 걱정까지 마구 마음을 괴롭히고 있을 때 사르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느낌으로 열심히 노래 부르던 여자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때 투덜대지 말고 그냥 돈을 냈어야 했다. 그 목소리, 그 팝송이 지금도 간간히 생각난다. 여긴 한국이 아니지, 걱정할 게 아니지 싶게 만들던 그 목소리. 


비즈니스 클래스 역시 찌는듯이 더워서 갑판에 나와있었더니만 표 받는 직원들 서너명과 여기 앉아 있던 남자들이 어디서 왔냐, 왜 왔냐(역시나 직업 구하러 왔냐고..내가 여기 살러 온 사람 같은 분위기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다른 한국 여행객들을 알로나 비치에서 봤을 때 그들은 모두 세련된 분위기였긴 했다.) 결혼 했냐, 연애 중이냐, 왜 영어 잘하냐 등등의 온갖 질문을 들었다. 내가 칼라페 근처에서 놀았다니까 또다른 표 받는 직원을 불러와서 "얘 칼라페 출신이야." 라며 급고향친목회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3일 지나다닌 칼라페에 대해 그리 추억할 게 뭐가 있겠냐만..그와 칼라페 시장에 대한 얘기를 했다. 


무슨 문제 때문이지 배는 출발하지 않고, 에어콘 문제가 있다며 에어콘도 안 틀어줘서 계속 갑판에 머물렀다. 타는 속과 달리 화려한 구름. 따뜻한 날씨. 느긋한 사람들. 



비즈니스는 갑판에서 선장실 바로 앞에 있고(스타크래프트도 선장실 문 바로 앞이다.) 사람들이 자꾸 1층으로 내려가길래, 그리고 캔틴이 아래에 있다는 팻말을 보고 내려 갔다. 

그 곳에는 더 많은 사람과, 라면과 바나나 튀김을 팔고 있었다. 아까 표 받던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바나나를 팔고, 라면 돈을 받고 물을 부어줬다. 내가 내려가니 활짝 웃으면서 너도 한 번 이거 먹어보고 싶은 거니? 라며. 당연하지~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굉장히 쌌다. 


요거. 배를 타자마다 다들 땅콩을 먹거나(봉지에 든 것을 파는 사람이 배가 출발하기 전 한 바퀴 돌았더랬다.긴 봉지에 든 땅콩을 홀짝 홀짝 다들 먹는 분위기) 바나나를 먹길래. 

나도 시도. 이거 되게 맛있다!! 겉은 춘권피같은 것으로 감싸고 튀긴 듯.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시간표. 선장실. 그리고 저 벽에는 무수한 바퀴벌레가 오락가락했는데 사람들은 개미 보듯 무심했다. 텔레비전에는 비가 나오는 닌자 어쌔신이 나오고 있었고 출발하기 전에
이 배가 안전하게 가길 기도하는 기도문이 떴다. 스타크래프트는 그런 거 없었는데. 




요거이 라면. 매우 작지만 맛있고 저 포크로 뚜껑 닫는거 사소하지만 굉장한 아이디어잖아!



열심히 후르륵 먹은 바나나 튀김. 맛있다!



이 배는 출발도 늦었지만 한 시간 넘게 걸려서 11시 넘어 세부 피어3에 도착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