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끌림/여기에서(국내 여행)

제주도 춘자싸롱 국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봄은 남쪽에서 온다.

"나는 제주도에서 춘자싸롱 국시말고는 국시로 안 보네."

'춘자싸롱'은 룸살롱이나 17,8세기 프랑스의 문학살롱 같은 게 아니라 식당 이름이다. 아니 식당이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식당에는 간판이 없으니까. 메뉴는 오로지 멸치국수 하나뿐이다.

(중략)

춘자국수는 일단 국숫가닥이 굵다. 제주도에서 주로 팔리는 국수의 면 자체가 좀 굵지만 춘자국수는 일반 소면의 1.5배는 되지 싶다. 미리 삶아놓기 때문에 국수가 불어서 그런 것 같다.

..시장의 그릇가게에서 흔히 파는 양은냄비는 특별히 새로울 건 없지만 자연스럽게 닳았다. 따라나오는 깍두기는 조금 시고 국수에는 파와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준다. 공간 곳곳에 배어 있는 냄새, 조용조용한 주인의 말씨가 모두 그 국수 맛을 구성한다.

 하지만 맛의 핵심은 역시 국물에 있다. 서울의 잔치국수에 비해 국물이 굉장히 진하다.

.....춘자씨는 국물에 들어가는 재로를 딱 한가지 더 말해주었다고 한다.

그것은 제주도에서만 나는 어떤 물고기 새끼라고 한다. 그러니 제주도 밖에서는 그 맛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도 아는 사람만 그 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봄은 슬쩍 맛보았다. 표선면 세화리 앞 연청색 바다, 초병의 이를 악물게 하는 바람으로. 무슨 물고기인지 몰라도 그 물고기 새끼에 봄이 들면 춘자국수도 더 맛있어지겠다.

 

@소풍, 성석제



성석제의 글을 읽고 찾아간 제주도 표선면 세화리 면사무소 근처의 춘자싸롱 국수.
제주올레꾼에게 소개되는(산티아고순례길처럼 제주도를 가만가만 걸으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여행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제주올레)

간판 없는 국수집에 앉아 반대편 창문을 보니 세팅해놓은듯 펼쳐치는 작은 마당의 빨랫거리까지.
아- 행복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