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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여기보다 어딘가에(2002~)

베트남, 랍스터를 먹는 시간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일본 식민지 경험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것도 사람들은 민감해한다. 베트남에 두 번 갔을 때 놀란 것은 프랑스 스타일의 집이 그대로 있고 그것이 관광의 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었다.


호치민의 관광지인 노트르담 성당과 유럽처럼 덧문이 있고 흰 벽과 붉은 벽돌 지붕의 집이 곳곳에 있었다.

또한 프랑스 식민지 시절 마시게 되었다는 커피를 곳곳에 펼쳐놓은 노점상에서 맛있게 마시고 있는 사람들. 더이상 프랑스 스타일이 아니라 그 커피와 집들은 베트남 스타일이지 프랑스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사먹었던 반미. 묵었던 호스텔 리셉션에 부탁해서 공항 가는 아침에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맛있다는 집에
알아서 데려다주고 주문해줬다. 바게뜨 샌드위치면서 햄,치즈,야채 조린 것, 테린느가 들어간 말그대로 베트남식 샌드위치. 프랑스의 샌드위치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똑같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데도 베트남은 그 경험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겼고 스스로 독립했다는 자부심 때문일까.

호치민 관광지 중에 하나인 프랑스 스타일의 건물 중앙 우체국 정면에 붙어있는 그들의 영웅 호치민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베트남 여행에 대한 얘길 들을 때, 나 역시  첫번째 여행 때는 더러운 공기, 오토바이, 팁을 바라는 사람들 덕분에 너무나 짜증이 났었다. 그러나 여성사 박물관, 전쟁 박물관, 그들의 역사나 생활을 보면 스며 있는 긍지, 긍정성을 볼 때 그 어떤 경험도, 관광지도 함부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오토바이가 많은 동네지만 만약, 유럽 여행 가는 도중에 스탑오버하는 경우라면 더욱 더 공기가 비교가 되겠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여행지가 베트남인 것 같다.



원 달러를 외치며 달려드는 관광지의 아이들과 십불의 팁에 손목을 내맡기는 술집 아가씨들을 보고 베트남을 알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구치에 가면, 가서 단돈 일원도 받지 않고 오로지 호미와 망태기만으로 24년에 걸쳐 파놓은 250km의 땅굴을 보면 전혀 다른 베트남이 있다는 사실을 소스라치게 깨닫게 된다.


또 미국 핑계인가. 전쟁으로 파괴된 세대가 스스로를 바꾸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 몰라. 절망은 당신과 같은 다음 세대가 지난 세대를 답습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지금까지 당신들에게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게 당신들에게 책임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나. 오해하지 말게. 그건 아직 당신네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라의 축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네.

당신들이 이라크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 지금도 알 수 있네. 가장 먼저 잃을 것이 인간의 품위고 그 다음에 잃을 것이 나라의 품위겠지. 품위 따위를 생각하기에는 당신의 나라가 아직도 그렇게 가난한가.

@ 랍스터를 먹는 시간, 방현석.